
어릴 적부터 SK 와이번스를 응원해 온, 한 사람의 야구팬이다.
인천 문학구장에서 외치던 응원가,
모든 선수가 부족함이 없는 타격감과 김광현의 역투를 지켜보던 그 짜릿했던 순간들…
그 시절의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하지만 SK 와이번스가 SSG 랜더스로 구단이 매각되며 제 팬심은 점점 멀어졌다.
물론 팀이 바뀌는 건 야구계에선 종종 있는 일이지만 팀의 정체성과 철학,
그리고 응원하는 재미까지 함께 달라졌다는 느낌은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예전만큼 마음을 쏟기가 어려웠다.

제 곁에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가 있다.
놀랍게도 아이는 NC 다이노스의 열렬한 팬이다.
NC 응원가를 흥얼거리며 하루에도 몇 번씩 NC 이야기를 한다.
최근 아이와 야구장에 함께 갈 일이 생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팀을 응원하며 같은 순간을 공유한다면 얼마나 멋진 추억이 될까?
하지만 그 순간 또 하나의 고민이 밀려왔다.
나는 아직 SSG가 낯설고 SK 와이번스 시절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데...
내가 NC 유니폼을 입는 것이 맞을까?"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건 내가 어느 팀을 응원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응원하느냐는 것이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아이와 손을 맞잡고 응원가를 부르고
홈런이 나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엔 경기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든 순간이
야구 팬으로서의 과거를 넘어 아빠로서의 지금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하나 장만하려 한다.
아이와 함께 같은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그 순간을 위해서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아빠, 내가 NC 좋아한다고 유니폼 같이 입어줬던 거 진짜 멋졌어.
야구는 경기장 위의 승패만이 전부가 아니라
함께한 사람과의 추억, 그 시간 속의 감정까지도 포함된다고 믿는다.
SK 와이번스를 사랑했던 내 과거는 그대로 간직하되
지금은 아이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을 시간이 아닌가 싶다.
혹시 저처럼 팀을 떠나보낸 팬심과 가족 간의 추억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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