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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ːColumn

대치동 윈터스쿨, 서울로 향하는 지방 학생들의 입시 전쟁

by David Jeong7 202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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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2월 22일에 방송된 <다큐멘터리 K – 교육격차 3부 : 인(in)서울이 뭐길래>의 일부

지난 겨울 새벽, 강남의 한 호텔.
동이 트자마자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들은 단순한 여행객이 아닙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열리는 겨울방학 특강, 이른바 ‘윈터스쿨’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지방 학생들입니다.

 

"대치동에는 뭐라도 있겠지"

 

울산, 충남 홍성, 경남 창녕 등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은 모두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입시 성공’입니다. 학원 수업과 호텔 숙박을 포함한 과정의 비용은 천만 원이 훌쩍 넘지만 등록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대치동 학원가가 만들어낸 교육 환경과 축적된 학습 자료들, 그리고 치열한 경쟁 분위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학생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막연한 ‘입시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대치동에는 뭐라도 있겠지"라는 막연한 믿음

실제로 대치동 학원가는 오랜 시간 축적된 입시 노하우와 방대한 학습 자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서울대를 몇 명 보냈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학원들 사이에서 학습 관리의 정교함은 이미 산업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매일 치르는 테스트와 그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학습 루틴은 학생들을 강제로라도 공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에게 대치동은 단순히 학원의 수준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지역 격차’입니다. 한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는 1등을 놓친 적이 없었지만 서울의 친구들과 경쟁하려니 겁부터 났다”고 말합니다. 선행학습과 조기 교육이 일상화된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교과 과정만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결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믿었던 학생들이 서울 학생들과의 차이를 체감하며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 애들이랑 경쟁하려면 밤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요"

 

윈터스쿨의 하루는 새벽 6시 기상으로 시작됩니다. 호텔에서 학원까지 셔틀을 타고 이동하고 하루 종일 이어지는 수업과 시험을 반복합니다.
한 달 치 학습량을 단 하루 만에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 속에서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합니다. “서울에서 온 애들과 격차를 느꼈다”는 한 학생의 말처럼 이들에게 대치동은 단순한 학원이 아닌 ‘입시 전쟁터’입니다.

 

입시 격차가 만든 "대치동 러시"의 씁쓸함


문제는 이런 불안감이 이제는 지방 학생들 사이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강박, 지방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곧 실패라는 편견이 학생들을 더 치열한 경쟁으로 내몹니다.

한 지방 학생은 “지방 대학을 합격해도 재수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오면 취직도 안 되고 무시당한다”고 말합니다. 이 절박함이 결국 대치동으로 향하는 버스를 채우고 서울에서의 비싼 학원 생활을 감수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이 치열함은 아이들의 꿈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교육 격차가 만들어낸 또 다른 강박일 뿐일까? 대치동이라는 특정 지역에 입시 성공의 열쇠가 있다고 믿게 만든 사회적 구조와 지방 학생들에게조차 서울 대학 진학을 ‘유일한 선택지’로 강요하는 현실은 결코 건강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방 학생들의 선택지, 대치동뿐인가

 

이런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지방 학생들은 단순히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서울과 지방의 교육 격차, 학습 환경의 차이, 그리고 대학 입시 결과까지 연결되는 기회의 불균형이 그들을 대치동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지방 대학을 가는 것이 곧 ‘실패’로 여겨지는 현실. "서울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든 교육 시장의 단면입니다.

입시는 곧 생존 경쟁이 되었습니다. 지방 학생들에게 대치동은 ‘기회’를 위한 마지막 선택지일까요? 아니면, 교육 격차가 만들어낸 불평등의 상징일까요?

 

교육 격차를 방치한다면 미래도 방치하게 됩니다

대치동 윈터스쿨 열풍은 단지 사교육 시장의 과열 현상이 아닙니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대한민국의 교육 체계가 여전히 지역 간 불평등을 방치하고 있으며 학생들을 공정한 출발선에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냉혹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서울과 지방이라는 출신 배경이 학습의 질과 미래의 가능성까지 결정짓는 사회.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 정책의 역할일 것입니다. 대치동으로 향하는 버스가 더 이상 ‘입시의 마지막 희망’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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