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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ːCar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 (Cd)

by David Jeong7 201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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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 ‘공기저항계수’

볼보자동차코리아

풍동실험실 볼보의 풍동실험실이다. 사람과 비교하면 엄청난 크기를 느낄 수 있다. 시속 250km/h의 바람을 만들 수 있는 8.2미터, 5메가와트급 팬이 달려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창문을 열면 시끄러운 바람 소리와 함께 엄청난 압력이 느껴집니다. 바로 바람의 힘입니다. 차가 공기를 가르며 달리기 때문이죠. 보통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표현할 때 ‘바람을 가른다’는 표현을 씁니다. 바람이건 공기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속으로 달릴수록 차는 엄청난 압력을 견디며 힘으로 뚫고 나가야 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차가 만들어졌는지 보여주는 수치가 바로 ‘공기저항계수(Cd)’입니다.

 

공기 저항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어릴 적 읽은 책 가운데 ‘공기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요약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숨 쉬는데 아주 소중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고 산다는 것이죠.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실제로 공기저항이 얼마나 대단하지 상상조차 못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저항계수에 관한 몇 가지 알려진 사실을 보면 자동차의 주행에 엄청난 작용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의 풍동실험 볼보C30 STCC의 풍동실험 모습이다. 강한 바람과 함께 흰색 연기를 보내 바람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기저항계수는 자동차 속도의 제곱이 비례합니다. 즉 시속 80㎞로 달릴 때 공기저항의 힘이 30㎏이라고 가정하면 속도가 시속 160㎞가 될 때 공기 저항은 약 120㎏이 됩니다. 속도가 두 배로 늘면 두 배의 제곱인 4배로 저항이 늘게 됩니다. 공기저항계수가 10% 낮아지면, 즉 공기 저항을 10% 줄이면 연비는 2% 정도 좋아집니다. 또 자동차의 최고 속도 역시 엔진의 힘, 효율, 공기저항, 차의 면적을 바탕으로 산출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기저항이 차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입니다. 공기저항이 이미 자동차를 만들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공기저항계수 최장수 1위는 대우 ‘에스페로’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차는 연비가 좋습니다. 저항을 덜 받으니 큰 힘 들이지 않고 달릴 수 있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은 공기저항계수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엔진의 힘을 강하게 하는 것, 차의 무게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공기저항계수를 꼽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은 ‘풍동실험실’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1999년 450억 원을 들여  남양연구소에 풍동실험실을 완공했습니다. 연구소 내에서 가장 비싼 연구시설입니다. 아파트 3층 높이인 8.4m의 송풍기로 시속 200㎞의 바람을 내보냅니다. 풍동실험실의 완공으로 하루 5000만원씩 들여 외국에서 실험 하던 것을 국내에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공기저항계수 0.27을 강조했습니다. 공기저항계수는 0에서 1사이의 숫자로 이뤄지는데 0으로 가까울수록 공기저항을 작게 받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 그랜저 풍동실험현대차 남양연구소에 만든 풍동실험실에서 그랜저의 시험을 하는 모습입니다. 풍동실험실은 남양연구소내에서 가장 비싼 실험실로 꼽힙니다.

wikipedia

대우 에스페로 1990년 대우차가 내놓은 준중형 세단. 1997년 단종됐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공기저항계수 0.29Cd를 기록했다. 제네시스의 0.27Cd가 나올 때 까지 공기저항계수로는 국내 최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현대차가 자랑한 제네시스의 공기저항계수 0.27은 사실 꽤 높은 수치입니다. 벤츠의 S550, 인피니티의 G35세단 정도가 0.27Cd를 기록했고 대부분의 승용차들은 0.3전후, SUV들은 0.35정도의 수치를 기록합니다. 또 하나 국산차 가운데 공기저항계수가 무척 좋은 차가 있었습니다. 바로 대우차 에스페로입니다. 1990년 등장했으니 2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공기저항계수는 0.29로 제네시스가 출시되기 전까지 국산차 가운데 1위자리를 지켰습니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차를 보면 대부분 날렵하게 생긴 차체가 떠오릅니다.

 

제네시스보다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페라리?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날렵하게 생긴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탈리아의 럭셔리 스포츠카 ‘페라리’. 그 중에도 페라리 F50의 공기저항계수는 무려 0.37Cd입니다. 제네시스보다 0.1Cd나 차이 납니다. 무언가 이상하죠? 분명 생김새도 날렵하고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차가 어째서 공기저항계수는 낮을까?

해답은 차를 만든 목적에 있습니다. 공기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일 것이냐 혹은 공기저항을 이용해 보다 안정적으로 달릴 것이냐의 차이입니다. 다시 말하면 제네시스는 연비를 높게 하고 부드러운 주행을 위한 차로 개발된 것입니다. 반면 페라리는 공기저항을 이용해 안정적인 코너링과 고속주행을 실현했습니다.

공기저항을 이용해 안정적 주행을 한다면 원리가 무엇일까요? 흔히 고속주행을 하면 차가 날아갈 것 같다고 말합니다. 공기의 힘으로 차가 들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레이싱카들은 너무 빨리 달리다가 공중으로 날아 버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비행기 날개를 거꾸로 달아 놓은 형태의 ‘스포일러’를 장착합니다. 그래서 공기저항을 이용해 차를 눌러줍니다. 그 힘을 ‘다운포스’라고 합니다.

wikipeida

페라리 F50 슈퍼카 페라리 F50의 공기저항계수는 0.372Cd입니다. 의외로 높은 수치. 하지만 스포츠카는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위해 공기저항을 이용합니다.

wikipedia

0.212Cd의 공기저항계수를 가진 ‘Tatra T77A’ 체코에서 1935년 만들어진 Tatra T77A는 최신형 벤츠보다 낮은 0.212Cd의 공기저항계수를 가졌습니다. 첫 에어로다이나믹 디자인으로 당시엔 혁신적인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했습니다.

 

스포일러뿐만 아니라 앞 범퍼의 모양도 공기저항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헤드라이트 사이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 범퍼에 뚫려 엔진으로 이어지는 바람구멍 등이 모두 공기저항을 고려하고 엔진의 냉각을 고려하는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스포츠카들은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리기 위해 공기저항을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연비가 나빠져도 말이죠. 모자라는 힘은 더 강력한 엔진을 이용해 보충합니다. 달리기에 최적화된 F1레이싱카들 역시 공기저항을 활용합니다. 기본 차체는 공기저항계수가 무척 낮게 설계됩니다. 하지만 엔진출력과 차체가 달리는 속도를 고려해 코너링, 가속, 정지시 공기저항을 활용합니다. 앞 범퍼에도 스포일러를 장착하고 뒤에는 커다란 대형 스포일러를 장착해 고속에서도 차가 들뜨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네시스 같은 승용차가 날렵한 스포츠카에 비해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것입니다.

 

공기저항을 줄여 소음을 줄인다

 

공기와 차가 부딪히며 달리니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소음이 발생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창문을 열어보면 엄청난 소리가 나는 것이 바로 공기의 소음입니다. 그런데 이 소음은 자동차의 모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이드미러의 모양이 특정 속도에서 소음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고속에서 창문을 열 때 과도한 소음을 발생하지 않는지 실험을 통해 개선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동차는 메이커에서 만든 모양 그대로가 최적의 상태라고 합니다. 여기에 이른바 ‘선바이저’를 비롯한 액세서리를 붙이면 알 수 없는 소음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 자동차의 모양에 따라 공기가 거꾸로 회전하는 ‘와류’가 생기기도 합니다. 보통 뒤가 평평하게 생긴 해치백 승용차, SUV 등이 공기가 물 흐르듯 지나가지 않고 차 뒤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다시 말려 돌아옵니다. 그래서 이런 차들은 뒷 유리에 와이퍼가 붙어있습니다. 승용차는 뒷 유리를 공기가 지나가면서 빗물도 따라 없어지지만 와류가 생기는 차들은 강제로 닦아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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