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친정이 없습니다. 어릴 적에 사고로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언니 한 명과 동생 한 명, 세 자매만으로 살아왔습니다.
결혼할 때 사실 반대 생각했습니다.
저희 부모님 좋으신 분들이었지만 이미 계시지 않고 제 남편도 한 가정의 귀한 아들이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별다른 탈 없이 결혼 올렸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처음에는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셨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대하기도 부담스럽고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결혼 날짜 잡고 난 후, 남편 몰래 불러내셔서 예단 얘기 꺼내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 결혼시키는데 남들 하는 거 다 해보고 싶다고 혼수는 어떻게 할 거냐며 이것저것 물으시더군요
직장 생활하면서 모아둔 돈은 있지만, 돈보다도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거리자 시어머니께서 봉투를 건네주셨죠.
받아서 열어보려 하자 만류하시며 집에 가서 혼자 열어보라고 하시면서, 그만 가본다고 일어서시더군요.
버스 타고 집에 오면서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참 많이도 생각했더랍니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 예단비 목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참 많이도 들더군요
하지만 정작 봉투 안에 들어있던 것은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를 읽고 참 많이 울었더랬지요.
어머님 저 며느리로 받는 거 아니라면서
딸 하나 더 생긴 걸로 하겠다면서
몇십 년 동안 모르던 사람이 바로 가족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 사이에서 일어날 불화와 싸움들
다 사그라질 수 있을 만큼 이뻐하겠다고
서로 노력하자면서 혼자서 이것저것 준비하기 얼마나 힘드냐며
어머님이 도와주신다며
시댁이라 어렵겠지만 서로 마음 조금씩 열어가자고
이제 가족이 될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편지를 쓰시고 싶었다네요
그냥 멍하니 읽어 내려가다 마지막에 추신으로 쓰신 글을 보고 소리 내어 펑펑 울어버렸네요.
결혼식 날 제 모습 눈에다가 꾹꾹 눌러 담는다면서
나중에 하늘에서 만나게 될 사돈분들께 보여드릴 거라면서
이렇게 예쁘고 이렇게 곱다고 꼭 보여드릴 테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신부가 되라며
그때까지는 어머님이 엄마로 있어주겠다 하면서
야단도 치고 칭찬도 하고 같이 맥주도 한잔씩 하면서
우리 정 쌓아나가자고
결혼 축하한다고
지금도 그 편지 보면 눈물이 나네요.
.
그렇게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결혼을 올리고 이제는 아이까지 생겨 좋은 가정을 꾸리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아가씨가 집들이를 해서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갔었지요
한참 떠들고 놀다가 밤이 깊어지자 설거지 거리가 엄청나게 쌓이더군요
혼자 하기에 너무 많다 싶어서 온 김에 도와주려고 설거지를 시작했었어요
그리고 대충 치우고 아이 재우고 남편은 시부모님과 얘기를 나누길래
소파에 앉아있는데 아가씨가 부르더군요
가봤더니 무슨 꾸러미를 주더라고요.
풀어보니 우리 아기 옷
아가씨가 웃으면서 요새 배우고 있는데 언니 생각나서 애기옷 만들어 봤다고,
나중에는 제 옷도 해준다면서 그러는데, 옷 하나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지 눈에 선해서
너무 고마워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밖에 못 했네요
아가씨는 애기 옷 만들어준 게 무슨 인사받을 일이냐며 웃고 있고요
그러다가 언니한테 할 말 있다면서
오늘 설거지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언니가 오늘 해준 거 친언니가 자기 힘들까 봐 도와준 걸로 생각하겠다고요.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니까 다음부터 집에 오면 편하게 놀다만 가라고요.
언니 일 시키는 거 싫다면서, 대신 자기도 우리 집 오면 편하게 놀다 갈 거라며,
아, 나는 동생이니까 해야 하나? 라며 웃는데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오늘 제 생일이라고 어머니께 전화가 왔네요
받자마자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내아가
생일 축하합니다라며 노래 불러주시는데 너무너무 행복하네요
이 행복 공유하고 싶어서
사실 자랑하고 싶어서
무작정 글을 써봤어요
시친 결 분들 모두 항상 행복하고 평안함이 깃들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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